행정청이 자체 판단에 따라 등록기준 미달 건설사를 처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유권해석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지자체가 페이퍼컴퍼니 처분을 거부하면 정부의 부실건설업체 퇴출정책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2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건설산업기본법 83조제2호’에 규정된 등록기준 미달 건설사에 대한 처분의 행정청 재량 여부를 법제처에 질의한 결과,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건설업의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처분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법제처는 “행정청은 건산법 83조2호 본문에 따라 등록기준에 미달한 건설사에 대해 위반행위 내용과 해당 처분행위에 의해 달성하려는 공익목적 및 제반사정 등을 고려해 등록기준 미달이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등 건산법 목적에 비춰 위반 정도가 경미하고 무제재를 선택하는 것이 공익에 유익한 경우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처분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해석 내용만 보면 국토부로부터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의 처분권을 각각 위임받은 시도지사와 시군구청장이 위반행위의 내용 등을 고려해 행정처분을 배제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해석의 배경은 건산법 83조의 ‘~영업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는 조항을 기속조항이 아닌 재량행위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법제처 관계자는 “법원의 사법해석과 달리 법적 구속효력은 없지만 부처나 기관의 일관성있는 법 집행을 위한 기준인 유권해석 특성상 해석과 다른 집행은 감사나 징계를 받기 때문에 행정기관에는 사실상 구속력을 갖고 통상적으로 해석에 따른다”고 설명했다.
건산법 83조2호를 반드시 처분하는 기속조항으로 해석해 운용해왔고 일부 지자체의 지역건설사 처분기피 사례를 막기 위해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처분대상 업체에 대한 추적관리 방안까지 보완해 시행하고 있는 국토부는 내심 당혹한 기색이지만 법제처의 해석을 다르게 풀이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준 미달 건설사 처분은 ‘기속재량’ 사항이므로 처분은 하되 특별한 사유 등에 부합할 때 감경권 등만을 인정한 해석이며 등록기준 미달 건설사 처분방침은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다.
법제처 해석상 ‘등록을 말소하여야 한다’는 건산법 83조의 적용을 받는 일부 위반행위를 뺀 나머지 사항(일시적 등록기준 미달, 등록 후 1년 후 영업 미개시 및 1년 이상 계속 휴업,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조잡시공으로 인한 손괴 및 공중위험, 다른 법령상 처분 요구,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 및 공여)에 한해 지자체의 청문과정의 재량 여지가 있다는 부분에 주목한 해석으로 보인다.
반면 이번 유권해석을 국토부에 직접 의뢰한 김앤장법률사무소의 의뢰건설사를 포함해 등록기준 미달로 처분을 받은 건설사가 취소소송 등을 제기할 경우 대응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이에 대해서는 “사실관계상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법원이 판단할 몫”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